미디어 감시 탐사보도 매체 뉴스어디 레터 안녕하세요, 뉴스어디 박채린 기자입니다.
서울역 인근 뉴스어디 사무실에서 홀로 생일 파티를 하고 있습니다.🎂
신기했어요. 겁 많은 제가 언론사를 창간하다니요. 불안하기도 했어요.😱
'좋은 보도가 인정받는 상식적인 언론 생태계', '독자의 신뢰에 기반한 돈으로 굴러가는 언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뉴스어디 목표인데요. 왜 이렇게 어려운 목표를 잡았나 하는 생각도 했죠.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지난 1년 동안 이 말을 떠올린 순간이 있어요. '뉴스어디 기사 누가 읽겠어' 자괴감에 빠져있을 때 '기사 언제 나오냐' 항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뉴스어디 기사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제게는 큰 힘이 됐어요. 레터 구독자분들, 후원자분들 역시 뉴스어디를 키워준 든든한 마을 주민이었다고,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요. 2주년이 되는 날엔 마을 주민분(?)들과 풀어볼 수 있길 바라봅니다.
어제도 마을 주민 한 분을 만났어요.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가 <압수수색> 인세가 들어왔다며 거액(!)의 후원금을 기부하셨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임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담은 뉴스타파 보도가 이 책의 출발점이에요. 여권은 이 보도를 '대선 조작 보도', '사형에 처할 국가 반역'이라고 했는데요. 이후 이뤄진 기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책에 담겼습니다. |
|
|
저는 윤석열과 정치검찰과의 싸움을 신나게 해보겠다는 의지를 이 책에 담았다는 기자들의 프롤로그가 인상적이었어요. 한상진 기자가 전달한 후원금에도 뉴스어디도 신나게 취재하고, 지치지 말라는 에너지가 담겨 있는 듯 했어요. 이때 사법감시 전문 독립언론 코트워치 기자들이 사진을 찍어줬는데요. 이 사진에도 즐거운 에너지가 가득하네요. 한동안 서랍에 두었다가 에너지가 필요할 때마다 후원 봉투를 꺼내보려고 해요.
인사말이 길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총 2가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짧지만 뉴스어디 독자분들이라면 놓쳐선 안 되는 소식으로 꾹꾹 눌러담았습니다.
1. 기사보다 재밌는 기사 후일담 "기사 나가면 직원들이 일자리 잃을 수도 있어요"
2.실망스러웠지만 작은 희망 발견한
뉴스타파 김용진, 한겨레 권태호, 한국일보 김희원 기자 그리고 정준희 교수 토론회 참관기 |
|
|
"나이 제일 많은 직원이 35살이에요. 이 사람들 일자리 잃을 수도 있어요"
|
|
|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며칠간 그토록 메시지를 남기고, 전화를 요청했던 취재원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만날 수 있냐는 내용이었어요. 그렇게 해서 < 조선일보의 ‘신종 돈벌이’…‘조선몰’ 제품 광고 기사>에서 다룬 조선몰의 대표인 조선일보 기자와 약속을 잡았습니다.
1시간 정도 인터뷰를 하고 나오는 길, 저는 이 기사를 접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국회의원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국정감사에서 질의도 하겠다고 했어요. 어쩌면 제도의 변화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열심히 했던 취재였는데요.
이 기사가 나가고 국회에서 거론까지 된다면 13명 직원이 모두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뉴스어디 같은 작은 언론사 보도에 그런 일까지 생길까 했지만, 인터뷰를 끝내고 마주친 직원들의 원망스러운 눈빛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는 가장 일반적인 독자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부모님께 물어봤습니다.
"그 가족들까지 하면 도대체 몇 명의 생계가 달려있는 거야. 기사 안 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런데 뉴스어디가 이런 보도를 해야 하는데... 아이참 어쩌나"
한 기자분께 물어봤습니다.
"주변 선배들을 보면, 취재로 인해 발생하는 그런 피해에 아예 무감한 사람도 있어요.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타협이 없어요. 그런 회유, 압박으로 인해 기사가 망가지는 걸 수없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융통성 있게 잘 조절하는 선배도 있고요. 하지만 단 한 번도 기사가 나가지 않은 적은 없어요"
고민됐습니다. 뉴스어디의 이전 기사 < 가습기 살균제 “독성” 인정됐지만… “인체 무해” 언론 보도 여전히 방치>가 떠올랐습니다. 언론사가 독성이 든 가습기 살균제 홍보 기사를 쓸 줄 누가 알았을까요.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순진한 생각일 수 있지만, 이런 제 생각이 기사에 충분히 담긴다면, 혹여나 회사가 정말 망한다하더라도 이해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가 세상에 나오게 됐습니다. 다행히도(?) 그 회사는 건재합니다. |
|
|
무도 세대 대표로 전논 세대의 토론을 보고왔는데요. 실망스러웠습니다.
|
|
|
'전론', 들어보신 적 있나요?
리영희 할아버지 저서 <전환시대의 논리>를 줄여 <전논>이라고 부른다는 걸 저도 처음 알았어요. 비웃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줄인 제목 <전논>을 듣고 예능 프로그램 <무도(무한도전)>'가 먼저 떠올랐어요.
*'리영희 선생님'은 너무 딱딱하게 느껴져서, 뉴스어디 레터에서만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써봤습니다.
'무도'는 제 학창시절 큰 즐거움이었는데요. 그래서 제 또래는 스스로를 '무도 세대'라고 부르기도 해요. <전논>도 비슷할 것 같아요. 학창 시절의 큰 부분을 차지한 <전환시대의 논리>, 그래서 <전논>이라는 줄임말이 더 익숙한 세대의 등장.
지난 10월 16일 이 '전논 세대'를 주축으로 한 <전논> 발간 50주년 기념 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전논> 저자 리영희 할아버지가 지금 시대에 '전론'에 전론을 발표했다면, 오늘날 기자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사고 실험'을 해보는 자리였고, 그런 논의가 많이 나오길 기대했는데요. 큰 실망과 작은 희망을 발견하고 왔습니다. |
|
|
(사진 출처: 리영희재단)
이날 토론회는 기성언론 매체의 두 기자와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가 저널리즘의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도 흥미로웠는데요. 언론의 역할에 관심이 많은 뉴스어디 레터 독자분들을 위해 토론자들의 의미있는 발언 일부를 가져와 봤습니다.
독립 언론이나 유튜브 채널이 하지 못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잘못된 기사만큼이나 (기성 매체의) 많은 좋은 기사를 지목할 수 있습니다. 이 현실을 외면하고, 기성 언론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시민과 언론 사이의 불신을 깊게 하고 공론장을 위협하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것이 정말 우리 언론과 사회에 도움이 될까요? 기자와 언론을 싸잡아 욕하는 건 참 쉬운 해법입니다. 지식인, 또 사회적 영향력이 크신 분들이 언론과 기자를 욕하며 정치적 우군을 확인하는 일에 편승하지 말고 진짜 필요한 비판, 필요한 제언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한국일보 김희원 기자)
일부 경제지, 일부 레거시 미디어들의 포털 순위를 보면 포털에 앞세우는 것들을 보면 정말 창피스러운 기사들을 많이 싣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자 구독료가 있습니다. 독자들은 돈을 안 냅니다. 신문을 거의 안 봅니다. 지금 현재 모두 얘기는 물을 하나 팔 때 물을 만드는 회사는 물을 팔면 이 물을 사는 사람이 돈을 냅니다. 언론사는 기사를 쓰면 기사를 보는 사람이 돈을 안 냅니다. (한겨레 권태호 기자)
“저희들이 이제 독립언론 100개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한 3년 전부터 시작을 했고 지금 한 6개 독립언론을 이미 만들어 실제로 활동을 하고 있고 거기서 활동하는 기자의 대표가 지금 이 현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다양화되는 언론 환경에서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저널리스트가 기존 시스템에 들어가지 않고 새로운 방식,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형식으로 우리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언론 모델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저희들이 이제 그런 것들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
|
|
오늘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재밌게 읽으셨나요?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1주년 특집으로 '이 기사 못 잊어 뉴스어디 BEST 3'를 준비했었는데요. 지금 시각을 보니 뉴스어디 생일도, 저의 막차 시간도 몇 분 남지 않았네요. 더 완성도 있는 내용으로 다음 레터에서 보실 수 있도록 할게요.
뉴스어디는 지난 10월 11일 출판한 TV조선 재승인 사건도 지속적으로 취재 중에 있고요. 다른 독립 언론과 처음으로 협업해 지역 언론의 문제도 준비 중입니다. 더 좋은 기사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
|
|
오늘 뉴스어디 레터💌는 여기까지 입니다.
재밌게 읽으셨나요?💫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뉴스어디 콘텐츠는 후원으로
만들어집니다.
뉴스어디를 후원해주세요🌻 |
|
|
|